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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태초의 원형으로 존재하는 이상향의 모습을 화폭 속에 담아내는 중견작가 박항률(62).
그는 새와 나무, 먼 산을 조용히 응시하는 단아한 소년의 모습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함께 호흡하고 교감하는 순간의 경건함과 영원함을 보여준다.
한복을 입고 측면으로 앉은 소녀, 새, 나비, 꽃, 나무,
날아가는 물고기(飛魚)와 사람의 얼굴을 한 새(人面鳥), 천마(天馬) 같은 상상 혹은 신화 속 동물 등이다.
상상의 동물들과 함께 차분한 색감 속에 몽환적으로 표현된다.
박항률의 작품 속 소재들은 일대일로 대응되는 의미를 갖기보다는
개인적이면서도 추상적이고, 때론 정반대의 가치들이 순환하는 윤회의 진리 속에서 존재한다.
어린 시절 병으로 죽은 누이의 얼굴이 어머니의 얼굴이기도 하고,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모습 속에서 침묵으로 감내해야 했던 아픔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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