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투병생활/2014 (11)
신들의 장난
12월 28일.. 2014년..술푼해..나의 2014년이다. 병에서는 어느정도 벗어난 것 같았지만..그 트라우마나.. 병으로 인한 영향이 나에게서 모두 떠난 것이 아니었다.직장에 나가면 평정을 되찾은 척.. 나름 건강한 척..냉정하게 행동을 했지만..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막걸리를 찾아 들었다. 2014년 나와 가장 친했던 친구는 막걸리였다.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처음에는 하루에 두잔정도로 마쳤는데..조금씩 부족해지면서.. 하루에 한병이 되었다.예전의 하루 담배한갑의 버릇이 지금은 막걸리 한병으로 바뀌었다.나름 막걸리에는 항암제가 있다고 음주를 정당화한다. 내가 병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언제일까..2015년의 내 삶의 화두는..수류화개(水流花開).. 꽃피고 물흐르듯이.. 말은 그럴싸하지만.. 사실..
8월 26일.. 애마를 바꿨다. 위기에서 주인을 구해서 신들의 축복을 느낄수 있게 해 주었던 투싼과의 인연은 여기까지.. 더 튼튼하고.. 험한 길도 잘 달리는 애마로.. 사고를 경험하니 안전성을 강조하게 된다. 저렴하지 않은 몸값에 주저하고 있을 때.. 소심한 남편 기를 살려주려는지.. 아내가 등을 떠민다. 맘에 들면 애마의 주인이 되라고.. 앞으로 최소한 10년간은 주인과 운명을 같이 해야 한다. 4바퀴 주위를 돌아가며 막걸리를 부어놓고.. 안전운행을 기원한다. 랜드로버 프리랜더.. 사랑스러운 내나라 이땅의 구석구석을 자유롭게 달려보자.. 잘 부탁한다.
8월 14일.. 30년만에 교황님이 이땅을 찾으시는 날이다. 30년전에 교황님이 오셨을 때는 대학생활 1달여밖에 되지않은 새내기로.. 대학생활 열심히 하겠다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던 중에.. 교황님 방문덕에 부족한 치안유지 병력을 메우기 위해 학생방범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때만해도 꿈많은 청년이었는데.. 지금.. 내게는 3개월 만에 다시 찾아온 정기검사일이다. 전날부터 회사에서 혈압체크를 했다. 110을 조금 상회하는 환상적인 값이다. 물론 혈압약을 2종류씩이나 먹고 있으니 환상적이지 않은 것이 이상한 것이다. 병원에 도착한다. 이제는 채혈조차도 하기 싫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채혈을 하고.. 5분간 지혈이 되길 기다리고.. BMT 센타에 접수를 하고.. 혈압체크를 한다. 전날의 음주가 혹시 영향을 미..
5월 22일.. 정기검진이 있는 날이다. 오늘은 골수검사까지.. 벌써 13번째다. 횟수가 늘어갈수록 점점 더 검사를 받기가 싫어진다. 그 고통을 알기에.. 예전엔 작게 느껴지던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크게 느껴진다. 혈액채취를 하고.. 이른 점심을 먹고.. 정기검진을 받는다. 담당교수는.. 항암이 잘되는지의 얘기는 없고.. 콜레스테롤이 높아졌네.. 혈압이 높아졌네.. 한방에 훅 갈수 있다는 둥.. 술을 마시면 안된다는 둥.. 다른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결국은 지금의 혈압약 오로디핀(효능 : 고혈압, 심근성허혈증) 외에.. 추가로 프리토(효능 : 본태고혈압)라는 혈압약 하나를 더 처방받는다. 골수검사를 받기싫어서 아내와 1시간 실랑이를 벌인다. 남편이 왜 싫어하는지 얘기를 들어줄만도 한데.. 아내..
4월 25일.. 주인을 구하고.. 떠난줄 알았던 투싼이 살아돌아왔다. 사고발생 40일 만이다. 애마는 돌아왔는데.. 주인은 아직도 고통에 시달린다. 왼쪽 갈비뼈쪽에 통증이 한달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CT촬영을 해보니.. 골절소견이 나온다. 치료법은 없다고 한다. 그냥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란다. 답답한 마음에 한의원을 찾는다. 난생 처음으로 봉침(벌침)이라는 것도 맞아보고.. 진통, 소염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격일로 한 3일정도 맞았는데..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통증은 조금 줄어든 것 같고.. 외상후 스트레스장해 증상도 있는 것 같다. 앞차가 브레이크만 밟아도 뒷머리 끝이 찌릿찌릿하다. 예전에는 없던 증상이다. 한방으로 처방을 받아서 약을 먹고 있는데..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
3월 25일.. 한 회사.. 한 부서에서 일을 한 지.. 24년만에.. 다른 부서로 일터를 옮긴다.새로운 도전도 아니고..24년간 있던 자리에서 환경을 조금 바꿔 보고싶은 마음이 생겼다.24년간 한부서 한팀에 있었는데..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않다.내가 없어도.. 이 조직은 잘굴러 갈 것이다.그래서.. 나를 필요로 하는 조직을 찾아 옮긴다.
3월 15일.. 12년만에 찾은 월출산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4-5km 만 더 가면 집인데.. 사고가 일어났다. 신들의 축복.. 7년동안 안전하게 주인을 지켜주던 애마가 떠났다.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는데.. 중앙선을 침범해서 들어오는 상대방 차에 들이 받히고.. 뒤집어져서 생을 마감하지만.. 온몸을 던진 애마의 희생으로.. 주인은 외상이 전혀없이.. 입원도 안하고.. 외래로 물리치료만 받아도 될 정도의 가벼운 타박상만 입었다. 애마의 에어백과 안전벨트가 주인을 살렸다. 무생물이지만 정이 들어서.. 헤어짐에 마음이 아프다. 잘가라 내사랑 투싼~~~ 신들의 축복..
3월 6일.. 인생길에서 만나는 다른 사람들을 인연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인연에는 호연(好緣)과 악연(惡緣)이 있습니다.. 호연은 길가에 핀 꽃과 같습니다.. 그저 피어있는 것만으로.. 길가는 나그네에게 즐거움을 줍니다.. 악연은 길가에 돌부리와 같습니다.. 지친 나그네의 발끝을 아프게 합니다.. 인생을 제대로 산다는 것은.. 내가 다른 이들에게 돌부리가 되지않고.. 꽃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2월 23일.. 2년전 편지..2년전 아내의 생일에 딸과 함께 아내에게 쓴 편지..명문이다.이떻게 이런 편지를 썼을까..
2월 2일.. 잠시 세상과의 소통을 끊고.. 이제 내가 병에서 풀려난 모양이다. 환자이던 동안에는 아무 말이 없이 잘 따라주던 아내가.. 치료가 종결된 후로는 이런 저런 간섭이 심해졌다. 그동안 내가 환자였을 때.. 내가 어디서도 위로와 즐거움을 찾지 못할 때.. 내게 위로와 즐거움을 주던 시골 친구들이.. 이제 아내에게 적이 되어 버렸다. 남편의 일부를 공유하는 적들로.. 스마트폰의 카카오톡을 감시하고.. 시골친구들의 모임인 다음카페를 감시하고.. 이제는 스마트폰의 문자메시지와 밴드와 카카오스토리를 하나하나 감시한다. 드디어 구정을 지내고 집으로 돌아온 날에 일이 터졌다. 친구들과의 밴드문자에 시비를 거는 아내에게 화가나서 스마트폰을 깨버렸다. 요즘 스마트폰은 튼튼하게 만든다. 뒷쪽은 몽키스패너로 몇번..
1월 18일.. 아내의 편지.. 아내가 핸드폰 메시지로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다. 그대는 알까요? 백혈병이라는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던 마음을 그대는 알까요? 불안한 마음 감추며 어떻게든 살려야지 굳게 마음먹은 것을 그대는 알까요? 그대의 울음에 가슴 아파하던 것을 그대는 알까요? 파르르 떨던 그대 손을 잡으며 울음 삼키던 그 마음을 그대는 알까요? 무균실에 당신을 두고 나올때의 아픔을 그대는 알까요? 하루하루 연락이 안되면 마음 졸이던 그 마음을 그대는 알까요,? 성공적인 치료에 기뻐하며 집안청소 하던 것을 그대는 알까요,? 무균실에서 나오며 기뻐하던 그대를 보며 안도하던 모습을 그대는 알까요? 고열에 힘들어 하던 당신을 보며 애간장 타던 마음을 그대는 알까요? 부정적인 생각만 하던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