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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세포는 왜 스스로 사멸하지 않을까

삼포친구 2013. 9. 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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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기술이 발전했지만 아직도 인류가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질병이 있다. 암이다. 신체조직의 자율적인 제어능력의 불균형으로 생기는 암은 손상된 세포 스스로 사멸하는 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

 

그 결과 사멸해야 할 비정상 세포들이 과다하게 증식하고, 더 심할 경우 주위에 있는 장기에 침입해 암세포를 전이시킨다. 우리 몸에서 손상된 세포가 스스로 사멸하는 ‘자연살해 세포’ 기능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암 환경에서의 자연살해세포 감소 기전을 규명해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대 강창율 약학대학 교수와 박영준 박사가 수행한 이번 연구는 미국 암학회가 발간하는 ‘캔서 리서치’(Cancer Research) 지 온라인 판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자연살해세포가 감소하는 이유

 

“자연살해세포는 암 성장을 늦추는, 생체 내 중요한 방어기제 중 하나입니다. 자연살해세포의 기능과 수가 유지될 때 항암치료를 받은 암 환자의 예후가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암 치료에 있어 매우 근본적인 처방이 된다고 볼 수 있죠.

역으로 생각하면 암이 진행되는 환자에게는 자연살해세포의 기능과 수가 감소된다고 볼 수 있는 셈입니다. 이처럼 자연살해세포는 암 치료에 매우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지만, 장애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미흡한 상황이에요. 때문에 이를 밝히고자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연구진은 암이 진행됨에 따라 암 성장을 억제하는 ‘자연살해세포’가 감소하는 것과 반대로 미분화 골수성 세포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자연살해세포와 골수성 세포의 역 관계는, 자연살해세포가 미분화 골수성 세포로 변하는 것에 기인하는 것이라 가정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이 가정에 따라 강창율 교수팀은 암에 걸린 실험용 쥐에서 자연살해세포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는 또 자연살해세포가 미분화 골수성 세포로 변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규명하고자 했다.

 

실험을 통해 암을 가진 쥐의 비장에서 자연살해세포를 분리하고 암 세포에서 분비돼 미분화 골수성 세포 축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GM-CSF’ 와 체외배양을 했다.

 

그렇게 암 환경에서 분리한 자연살해세포를 암에 걸린 실험용 쥐에 주입했을 때, 암 성장을 억제하는 본래의 성질을 잃고 미분화 골수성 세포로 변하는 것을 확인했다. 단순히 표지 인자에서만이 아니라 형태 및 기능적으로도 미분화 골수성 세포로 변했음을 관찰한 것이다.

 

“미분화 골수성 세포란 골수성 전구세포가 단핵구와 수지상세포, 과립구 등으로 분화되지 못하고 미성숙 단계에 머물러 있는 골수성 세포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세포들은 감염 또는 암질환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그 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문제는 미분화 골수성 세포가 면역억제 세포로서 암을 제거하는 항암면역세포의 기능을 방해한다는 데 있죠. 따라서 이러한 미분화 골수성 세포는 암을 제거하고 치료하는 데 있어 극복해야 할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자연살해세포는 총 4단계의 성숙과정을 거쳐 성숙한 자연살해세포로 분화한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 따르면 암환경에서 증가하는 여러 종류의 물질들에 의해 3단계 자연살해세포가 4단계 자연살해세포로 완전히 성숙되지 않고, 미분화 골수성 세포로 전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암 환경에서 성숙한 자연살해세포는 그 숫자가 점진적으로 감소하게 됩니다. 반면 암을 제거하는 세포들의 기능을 방해하는 미분화 골수성 세포의 수는 점차 증가해 암 세포 성장이 촉진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게 되죠. 이럴 경우 암 치료는 더욱 어렵게 된다고 볼 수 있어요.”

 

어려움 극복하고 이룬 쾌거

 

 

 

학계의 이론에 따르면 자연살해세포는 일련의 성숙 단계를 거칠 때 미성숙 단계의 세포가 전구 세포로 작용해 최종 성숙 단계에 도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창율 교수팀의 연구를 종합해 보면 암 환경에서 미성숙 자연살해세포의 일부가 미분화 골수성 세포로 변화하고 이로써 최종 성숙 단계에 이를 수 있는 전구 세포가 감소하며, 이에 의해 전체 자연살해세포가 감소되는 것이다.

 

그동안 난제로 남아있던 자연살해세포의 감소 이유를 규명한 강창율 교수팀. 연구팀이 이번 과제를 진행하게 된 것은 우연히 한 종류의 세포가 미분화 골수성 세포로 변화하는 것을 관찰하면서부터다.

 

“암 환경에서 미분화 골수성 세포가 많이 생성되는 이유를 밝히는 연구과정에서 우연히 한 종류의 세포가 미분화 골수성 세포로 변화하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이후 많은 연구들을 통해 이 세포가 자연살해세포임을 밝힐 수 있었죠.

 

연구 과정 중에는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있었어요. 초기의 연구에서는 대체로 암을 갖고 있는 마우스에서 세포들을 분리해 체외에서 실험을 진행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죠. 하지만 이러한 세포들의 전환 과정을 암 환경 체내에서 밝히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자연살해세포를 마우스 체내에 주입한 뒤 자연살해세포의 전환과정을 관찰해야 하는데 주입한 자연살해세포를 체내에서 찾고 분석하는 데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재료성 경비 또한 엄청나게 많이 소요돼 연구 과정이 녹록치 않았죠.”

연구 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지만 강 교수는 그렇기에 그 결과가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이야기 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암환자의 자연살해세포가 점차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그 이유를 밝히지 못하고 있었어요. 이번 연구결과는 암환자들에게 자연살해세포가 감소하는 이유를 밝히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연구는 아직 동물모델에서 진행한 결과이므로 실제 암환자들의 세포에서 동일한 변환과정이 일어나는지는 추가 연구를 통해 밝힐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암을 가진 마우스의 자연살해세포가 미분화 골수성 세포로 전환되는 현상을 밝혔습니다. 궁극적으로 이 과정을 차단하는 물질을 개발해 항암 면역 치료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연살해세포의 미분화 골수성 세포로의 전환 과정에 관여하는 주요 분자 및 유전자를 규명하는 연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향후 연구는 자연살해세포의 미분화 골수성 세포로의 전환 과정의 핵심적인 인자 등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타깃 물질을 발굴해 항암 면역 치료에 적용함으로써 항암 면역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정립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2013.09.26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