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
퇴원하고 2주가 되었다.
퇴원 전에는 병원에 격리된 생활을 했으나..
퇴원 후에는 집안에 격리된 생활을 한다.
집에서 생활하면서도 마땅한 할거리를 찾지못해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지루함을 달래고자..
한택식물원도 가고.. 민속촌도 가고..
오늘은 카메라를 메고.. 자전거를 타고.. 경안천 자전거도로로 나갔다.
몇년전부터 노천주차장을 없애고.. 생태하천을 만든다고 공사를 하더니..
자전거도로를 잘 가꾸어 놓았다.
가을날씨로 바람도 시원하고 모처럼 상쾌한 기분을 느낀다.
내일은 외래진료가 있는 날이다.
골수검사와 혈액검사가 예약되어 있다.
벌써부터 골수검사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온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어쩔수 없는 검사라지만.. 주사바늘이 뼈를 뚫고 들어갈때의 그 느낌이 너무 싫다.
지금은 항암제도 안먹고 위장보호제만 먹는데..
입맛이 쓰고.. 약간 빈혈이 있고.. 입술이 마르는 것은 여전하다.
아내가 정성껏 이것저것 음식을 만들어 차려주지만 입맛이 없으니 수저가 쉽게 가지 않는다.
내일 병원에 가면 주치의가 또 무슨 얘기를 할까..
9월 21일..
외래로 서울S병원을 찾는다.
아침일찍 골수검사가 예약되어 있고.. 오후에는 주치의와의 면담이 예정되어 있다.
우선 혈액검사를 위한 채혈을 먼저하고.. 골수검사를 하기로 했다.
서울S병원의 BMT(Blood & Marrow Transport) 센타 입구에는 공상과학만화나 SF영화에 나올 법한 전경이 펼쳐진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혈액채취의 전문가들이 은행창구 직원들처럼 한줄로 쫙 앉아있고..
환자들은 대기표를 들고 있다가 차례가 되면 묵묵히 혈액채취 전문가들에게 팔을 내민다.
병실의 간호사들과는 다르게.. 그들은 혈관을 찾아 헤메지도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손끝의 감각으로 혈관을 찾아 혈액을 채취한다.
혈액검사를 마치고..
골수검사실로 향한다.
이미 내이름이 붙어있는 침대가 하나 마련되어 있다.
검사후 지혈을 위해 2시간정도를 허리에 모래주머니를 대고 침대에 누워있어야 한다.
이 스트레스..
하의만 환자복으로 갈아 입고..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골수검사를 마친다.
부분마취를 하지만.. 뼛속을 파고드는 주사바늘의 이상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골수검사를 마치고.. 2시간 지혈을 하고..
주치의와의 면담시간까지는 아직도 2시간이 남아있다.
면담시간..
다음주에 골수검사 결과를 보고 2차항암치료 여부를 결정한단다.
1차항암후 관해가 잘되었으면 2차항암으로 가고.. 안되었으면??
2차항암이 시작되면 베사노이드를 다시 복용한다고 한다.
빈혈이 있고.. 입맛이 없다고 했더니.. 지난주의 약처방에 식욕촉진제를 추가한다.
2차 항암치료가 1차보다 더 힘들다는 이야기도 있고.. 또 어떤 부작용이 기다리고 있는지..
이번주의 약처방..
아침식후에..
- 초산메게스트롤현탁액 10ml 1포 (항악성종양제, 식욕촉진제)
(식욕촉진제면 그냥 식욕촉진제지 무슨 항악성종양제?? 모든 약이 항???이다.)
아침저녁식후에..
- 오로디핀정 5mg (혈압약)
- 알비스정 (항역류제, 항궤양제)
아침점심저녁 식후에..
- 무코스타정 100mg 1정 (항역류제, 항궤양제)
항암제는 없다.
9월 23일..
몸상태가 좋아져서 아내와 함께 산행에 나섰다.
집에서 가까운 문수봉..
퇴원후 집 뒷산은 가끔 올랐지만.. 본격적인 산행으로는 처음이다.
짧은 산행이지만 집안생활에서의 답답함을 모두 날려보내는 기분좋은 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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