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퇴원후 1주일이 지나간다.
3일은 운동삼아 뒷산에도 오르고 했지만.. 이 마저 서서히 흥미를 잃어간다.
어제, 오늘은 날씨가 흐린 탓으로 뒷산에 오르는 것을 생략하였다.
집안에 갖혀서 생활하는 것이 여간 답답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1년간은 이런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데.. 시간은 남고.. 할일은 없고..
내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니 무엇을 결정해서 추진력있게 밀고 나갈수도 없다.
내일이 추석인데.. 고향에도 내려가지 못하고 방안에 죽치고 있다.
이참에 노후의 전원생활을 위한 준비를 해 볼까도 생각 중이다.
전원생활을 하게되면 어디로 가야하나?
2014년 이후에는 회사가 김천으로 이전할테니 회사 복귀를 고려한다면 김천에서 가까운 곳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고향근처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모르겠다.
뭐가 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9월 12일..
추석날.. 고향에도 못 내려가고.. 쓸쓸하게 보낸다.
오후에 지루함을 참지 못해.. 가족들끼리 용인의 한택식물원을 찾는다.
자연상태의 산림을 대부분 살린채.. 토종 및 외국의 식물들 자연스럽게 심어놓았다.
나즈막한 산의 8부능선까지 식물원으로 되어있어 등산하는 수준이다.
왕복 2시간 정도의 한택식물원 견학을 마치니 지루함이 조금 가신다.
앞으로 이 지루함을 어떻게 견뎌야 할 지..
9월 13일..
하루하루가 똑같은 지루한 생활의 연속이다.
일어나자마자 아침식전에 약을 먹고..
아내가 챙겨주는 아침밥을 먹고..
방안 곳곳을 청소한다.
나는 진공청소기로.. 아내는 그 뒤에 물걸레로..
예전엔 내가 출근을 해서 잘 모르지만 거의 일주일에 한두번 하던 청소 같은데..
이틀에 한번만 하지고 해도 매일매일 하자고 아내가 고집을 피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말이 턱밑까지 올라오지만 아내를 생각해서 참는다.
그리고.. 점심때가 되면.. 점심먹고.. 약먹고..
오후에는 산책을 하거나 쉬고.. 저녁때가 되면 저녁먹고.. 또 약먹고..
그 후엔 TV를 시청하거나 인터넷을 하다가 잠자리에 들고..
또 다시 다음날이 시작되고..
오늘 오후에는 아내가 미용실에 가는데.. 3시간정도 걸린다기에..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용인시내 천변의 자전거도로로 나갔다.
8월 이후 한달여만에 혼자서의 외출이다.
또 다른 해방감이다.
한달여 동안 참았던 담배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나가자 마자 담배 한갑을 사들고..
한참을 고민한다.
한달동안 참았는데.. 이렇게 쉽게 무너져서야.. 더군다나 나는 지금 환자인데..
왜 그런지 모르지만 도둑질을 하듯이 주변을 살피며.. 2개피를 연달아 피워보지만 예전의 그맛이 아니다.
담배와 라이터를 모두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래 다시 참아보자.. 이젠 정말로 끊어보자..
자전거를 타고 경안천변의 자전거도로를 천천히 달린다.
경안천변의 자전거도로가 잘 가꾸어져 있다. 바람이 상쾌하니 마음도 상쾌해진다.
왕복 20km 정도는 탄 것 같다.
옷이 땀으로 젖는다.
아내도 계속 집에서 얼굴보고 있으니 서서히 지루해 하는 느낌이다.
남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9월 14일..
퇴원 8일만에 외래로 다시 서울S병원을 찾는다.
앞으로 완치판정을 받을 때까지는 줄기차게 오고가고를 반복해야 될 병원이다.
외래진료시간보다 1시간 이상을 일찍 도착하여.. 혈액검사를 하고.. 폐 X-ray 촬영을 하고..
담당교수를 만난다.
앞으로의 일정에 대략적으로 이야기를 해 주신다.
2차 항암치료는 6개월 정도 소요되고.. 2년간은 계속 외래치료와 감시를 하고.. 3개월에 한번씩 골수검사를 해야 하고..
다음주(9월 21일)에 외래예약을 했는데..
골수검사를 해야한다.
다음 1주일간의 약처방은 지난주에 비해 많이 줄었다.
관해를 위해 8월초부터 복용했던 항암제 베사노이드가 빠지고.. 항진균제와 같은 다른 약들도 많이 빠졌다.
희소식인가?
이번주의 약처방..
아침저녁 식후에..
- 오로디핀정 5mg 1정 (혈압약)
- 알비스정 (항역류제, 항궤양제)
아침점심저녁 식후에..
- 무코스타정 100mg 1정 (항역류제, 항궤양제)
항암제는 없고.. 궤양치료제만.. 위장병환자도 아니고..
오후에 어머님이 올라오셨다.
모자간에 상봉이다.
자식이 움직이는 것이 도리건만.. 어머님이 움직이시니..
자식이 무슨 병인지도 모르시고.. 자식이 얼마나 아픈지 궁금해서.. 잠을 설치셨다는데..
머리는 빡빡이지만 외형상으로 건강해 보이는 자식의 모습에 괜한 걱정했다며 조금은 안심하신다.
머리는 왜 그러냐고 물으시는데.. 그냥 치료과정이라고 하니 대충 넘어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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