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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생활/2012

금연과 결혼기념일, 그리고 겨울산행 - 2012.02.26-03.03

by 삼포친구 2012.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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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6일..

답답하다.
마음껏 야외활동도 하고.. 산행도 하고.. 여행도 하고 싶은데..
걸리는 것이 많다.

갑자기 무능해지고.. 우유부단해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않다.
가족과 함께 하자니.. 의견일치를 보기도 쉽지않고..
생각에는 혼자서 산행도 하고.. 여행도 하고 싶은데..
남겨지는 가족들이 마음에 걸리고..

고민만 하다가 오늘도 아무일없이 집안에서 답답한 하루를 보낸다.
고민하지 말고.. 희망을 갖고.. 즐거운 생각만 하라는 아내에게 이유없는 짜증만을 부리고..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지..
독서나 참선으로 마음을 안정시켜야 겠다.

피부 벗겨짐은 없는데.. 한달전의 발바닥 벗겨짐 현상이 다시 나타난다.
4차항암의 영향인지.. 유지요법 영향인지 구분이 애매하다.
1월 3일 골수검사이후에 시작된 오른쪽 골반의 통증은 아직도 조금 남아있다.

2월 27일..

하루종일 뒹굴거리다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거실만 왔다갔다..
답답함 때문인가 며칠전부터는 7개월동안 끊었던담배까지 머릿속에 떠오르고..
시계를 보니 이미 오후 3시..

양수리가서 자전거길을 걸어볼까?? 너무 멀다..
일단 애마를 끌고 나온다.
그동안 담배를 끊은 것이 아니었다.

애마안에 담배와 라이타를 숨겨놓고 있었으니.. 단지 참고 있었을 뿐이다.

참았던 담배를 빼어 물고..
화성의 융건릉으로 가자.. 나비를 찍어보니 가는데 1시간.. 오는데 1시간..

가자마자 되돌아와야 할 판이다. 애매하다..

일단 출발..
화성 융건릉으로 향하다가.. U턴..
오가면서 본 적이 있는 곳이 생각난다. 여주근처 남한강변의 억새밭..

아니지..
다시 U턴.. 가까운 용인 이동면의 저수지로..
저수지는 아직도 겨울 그대로이다.
그나마 막힌 가슴이 조금은 트인다.

돌아오는 길..
그동안 잘 참았던 담배에 또 한번 무릎을 꿇었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
애마에 숨겨 놓았던 담배와 라이타.. 그리고 재떨이까지 모두 휴게소 휴지통에 버린다.
그동안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지만 이젠 정말로 안녕이다.

즐겁자고 만난친구때문에 죽을 수는 없으니..

2월 28일..



결혼 19주년이다.
감회가 남다르다.
벌써 그렇게 세월이 흘렀나? 하긴 딸내미가 수능시험을 치렀으니..
남편이 환자이니 아내도 특별한 행사를 바라지 않는다.
딸의 옆구리를 찔러서 선물받은 축하케?? 하나만으로 결혼기념일을 보낸다.
7개월전 눈앞이 깜깜했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이제 즐거운 일만 남아 있으려나?
그동안 남편 간호하느라 힘들었을 아내에게 고마울 뿐이다.
올해는 조용히 보내고.. 내년 결혼 20주년 행사는 거창하게 하기로 약속했다.

3월 2일..



올겨울은 유난히 눈이 적었다.
이대로 겨울을 보내야 하나 아쉬운데..
영동지방에 10-20cm의 눈소식이 있다.
환자임을 잊어버리고.. 아내를 설득하여 눈구경에 나선다.
혹시 대설로 한계령이 통제될까 노심초사 하지만..
무사히 한계령까지 도착한다.

그리고 설악산 흘림골 산행..
운무때문에 시야가 좁지만 그동안 내린 눈이 녹지않은 상태로 있어 눈산행을 즐긴다.
흘림골 등선대까지 오른 후에 뒤돌아 하산..

3월 3일..



아침에 눈을 떠서 창밖을 내다보니..
간밤에 내린 눈으로 동해안 백사장이 하얗다.
설악산 권금성에 오르기로 한다.
설악동에 이르니.. 나무에 눈꽃이 환상적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오른다.
인생살이 생로병사가 모두 사라진 순백의 깨끗한 세상이다.
눈을 보는 것이 한두번이 아니건만..

눈은 볼 때마다 황홀함에 숨이 가쁘고.. 가슴을 뛰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운무때문에 많은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더 이상은 부질없는 욕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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