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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생활/2012

지루하다. - 2012.02.05-02.11

by 삼포친구 2012.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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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

변화없는 하루 하루가 지루하다.
아침부터 아내는 운동도 하고.. 씻기도 하라고 성화다.
운동 대신에 산행을 하겠다고 했더니.. 긴 코스는 안되고.. 가깝게 산행을 하란다.
아파트 뒷산으로 긴 코스도 아닌데..
산행을 안하겠다고 했더니.. 생각대로 산행을 하란다.

막상 옷입고 밖을 나가려니.. 귀찮은 생각도 있고..
산행 생각을 접는다.
씻기도 귀찮아서.. 어제부터 샤워를 미루고 있다.
마음이 우울하고.. 의욕이 사라진다.
산행도 귀찮고.. 씻기도 귀찮고.. 전화받기도 귀찮고.. 모든 것이 귀찮다.
그냥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며 시간을 죽인다.

2월 7일..

3개월만에 산행을 했다.
아파트 뒤의 부아산으로..
바람이 쌩쌩.. 날씨는 추웠지만.. 산속은 예상보다 아늑하다.
그동안 몸무게는 5kg 늘고.. 산행을 하지않은 몸이라..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계단 오르는 길이 힘들다.
몇번을 쉬어가며 계단을 오르고.. 힘들게 2시간의 산행을 마친다.
다음 산행때는 조금 더 나아지겠지..
집으로 돌아와서 반신욕으로 휴식을 취하고.. 낮잠 한잠 자고나니 개운하다.


2월 9일..

딸 고등학교 졸업식..
머리에는 벙거지를 쓰고.. 얼굴에는 마스크를 하고.. 환자의 모습 그대로 졸업식장에 참석한다.
3년동안 오전 7시에 등교를 해서.. 오후 10시까지 공부를 하며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지만..
4년제 대학에 가지 못하고 또 다시 1년간을 공부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딸이 사회성이 부족한 것 같아.. 어차피 지금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도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화위복이 되기를 희망하며.. 딸에게 재수를 권유하고..
앞으로 1년간은 세식구가 집안에서 생활하게 생겼다.

이런 기회가 평생에 한번 오겠는가?
내가 병이 없었다면? 딸이 대학에 진학을 했다면?
우리가족이 다함께 생활할 수 있는 1년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신이 또 다른 기회를 우리가족에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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