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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 - 2011.12.04-12.10 본문

투병생활/2011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 - 2011.12.04-12.10

삼포친구 2011. 12. 7.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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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6일..

외래에 가서 혈액검사를 했더니..
백혈구 1,500개/mm3, 헤모글로빈 10.9g/dL, 혈소판 35,000개/mm3, 중성구 20개/mm3..
이 정도면 면역력이 거의 없는 상태다.
담당교수는 혈액수치가 오르고 있는 것인지.. 내리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번 외래를 하니 그럴수밖에..
혈소판 수혈을 하고 혈액 촉진제 주사를 맞은 후 집으로 돌아온다.

지금까지는 잘 넘기고 있는데..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 살얼음 위를 한걸음 나가고.. 또 한걸음 나가고..

그동안 세번에 걸쳐서 골수검사를 받았다.
한번은 백혈병 진단을 위해.. 한번은 관해확인을 위해.. 그리고 또 한번은 공고1차 확인을 위해..
검사결과가 어떠냐고 물으면 담당교수는 그냥 괜찮다고만 한다.
어떤 수치가 오르고 내려서 괜찮다는 얘기는 없이..
답답해서 직접 골수검사지를 신청해서 수치들의 변화를 비교해보기로 하는데..
공학도 근성이 나오는 것인가?

의학용어가 너무 생소하고.. 수치가 오르고 내리는 것이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 모르니 판단하기가 어렵다.

다만 2차, 3차 골수검사 판독결과에서 전골수구의 분율이 85%에서 1~2%로 감소하고 APL 완전관해와 일치한다는 검사결과가 있어 안심이다.






12월 7일..

오늘은 딸 생일이다.
다른 해 같았으면 아빠가 선물도 사주고 했을텐데..
올해는 그러지도 못하고..
생일케잌 만을 자르고 그렇게 지나갔다.

얼마전 인화신청을 했던 산행사진이 배달되었다.
산정상에서 찍은 사진 50장과 괜찮게 나온 사진 10여장..
액자정리를 하는 것으로 산행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랜다.
이렇게라도 하지않으면.. 지루함을 견딜수가 없다.
사소한 것이라도.. 가능하면 생각이 났을 때 그때 그때 처리하는 것이 남아있는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는 것이다.

혈액수치가 내려간 탓인지.. 점심만 먹고나면 기력이 떨어지고.. 졸린다.
아내는 졸린게 당연한 거라며 가능하면 잠자기를 권하고..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점심먹고 자는 버릇.. 몸상태가 좋아지면 괜찮을 텐데.. 며칠 지나고 보니 그것도 괜찮다.
이제는 그 시간만 되면 몸이 먼저 알고 취침신호를 준다.

12월 9일..

아침부터 첫눈이 펑펑 날린다.
3차항암후 아직도 몸상태가 바닥을 치지 않은 모양이다.
입맛이 없어지고.. 입술 건조가 심해지고.. 피곤함도 더하고.. 항문에 통증까지..
그나마 자랐던 머리털이 다시 빠진다.



1,2,3차항암을 지나면서 손톱에는 나이테와 같은 항암테까지 생겼다.
항암기에는 성장을 멈췄다가.. 회복기에 다시 자랐다가를 반복하면서 나이테처럼 된 것이다.

정말 독한 약이다.

다음 외래에서 혈액검사가 나와 봐야 몸상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저녁때는 체온이 37.2도까지 오르는 약간의 미열이 있어 2차항암때 처럼 응급실로 실려가는 것이 아닌가 긴장하지만..
다행이 정상을 되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