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장난

응급실로.. - 2011.10.16-10.22 본문

투병생활/2011

응급실로.. - 2011.10.16-10.22

삼포친구 2011. 10. 2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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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9일..

외래진료가 있는 날이다.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혈액검사하고.. 점심식사하고..

담당교수를 만난다.
항암제 영향으로 혈액수치가 많이 떨어졌다며 위생관리에 주의할 것을 요청한다.
백혈구 1,080(개/mm3), 혈소판 5,000(개/mm3), 중성구 30(개/mm3).. 면역력이 거의 바닥인 상태이다.
혈액촉진제를 맞고.. 혈소판 수혈을 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

별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오후 9시경이 되어서 갑자기 온몸이 떨리며 고열에 시달린다.
면역력이 바닥인데.. 두려움이 밀려온다.
이러다 좀 나아지겠지하며 참는데 열은 내릴 기미가 없다.

당장 응급실로 가야하나..
병원에 전화해서 일단 해열제로 열을 낮추고 다음날까지 열이 내리지 않으면 응급실을 찾기로 한다.

10월 20일..

아침에도 열이 내리지 않는다.
아내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빨리 병원으로 가자고 재촉이다.
기력이 떨어져서 침대에서 움직이기도 싫다.

잠시 정신을 차리고.. 병원갈 준비를 하는데..
열이 더 오르고.. 구토가 나며.. 정신이 혼미해 진다.
쓰러질 것 같다.
면역력이 바닥이니.. 온몸의 세균들이 들고 일어나는 모양이다.
위기가 지나가고.. 조금 진정되는 것 같아 병원으로 향한다.
결국 외래후 하루만에 응급실로 입원한다.

면역력이 바닥인 상태의 환자를 위생관리나 철저히 하라며 집으로 돌려보내는 의사들의 용기(?)에 감탄할 뿐이다.
1차항암때는 혈액수치가 정상적으로 돌아왔을때 무균실에서 퇴원을 시키더니..
2차항암부터는 혈액수치가 낮아져도 집으로 돌려보낸다.
담당교수(Kim H.J.)는 회진돌며 하는 말이.. "결국은 오셨네요?"
면역력이 바닥인 시기를 마치 외나무다리를 건너듯이 건너가라는 의미다.
다행이 아무일 없이 무사히 건너가면 좋은 것이고..
다리에서 떨어져서 물에 빠지면 그때서 건져주면 된다는 의미다.

응급실에서 보내는 몇일동안은 제대로 잠을 청할 수가 없다.
막연한 불안감이 있기도 하고..
응급실 상황이 잠자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의사와 간호사들을 잡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환자들의 고통을 참는 비명소리..
밤새도록 기침소리.. 가래뱉는 소리..
회복해서 퇴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장은 생지옥의 모습이다.

몇번의 수혈을 하고 촉진제와 각종 항생제를 맞아가며 버틴다.
외래로 왔다갔다 했으면 일주일에 한번의 촉진제와 혈소판이 전부였을텐데..
일주일 내에 몇번의 수혈과 촉진제 주사를 맞았으니.. 회복을 앞당기는 측면에서는 응급실에의 입원이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