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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생활/2011

단풍나들이 - 2011.10.30-11.05

by 삼포친구 2011.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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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

가을단풍이 한창이다.
평소 같았으면 이산 저산을 누비며 가을단풍을 즐기고 있을텐데..
집안에 만 있기에 답답한 마음에 가까운 호암미술관으로 단풍나들이를 떠난다.

울긋불긋 단풍이 절정인데.. 모처럼 바깥바람을 쐬니 좀 살것 같다.

10월 31일..

내친김에 아내를 설득해서.. 수종사와 두물머리를 찾는다.
몸 상태가 조금 좋아졌다고 너무 나대는 것 아닌가..

수종사 오름길 중간에 애마를 세우고 땀이 조금 날 정도의 산행을 한다.
수종사에서 내려다보는 두물머리가 시원하다.
수종사 해탈문 앞에 오래된 은행나무가 단풍으로 물든 노란잎을 자랑하고 있다.
은행나무의 생명력이 부럽다.
마음속으로 생명의 기를 얻어간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 두물머리를 찾는다.
연잎은 이미 시들어 버리고.. 스산하기까지 하다.

저녁때는 발병후 처음으로 회사 팀원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RP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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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소식전합니다.
8월 1일인가 암진단을 받고.. 3개월이 정신없이 흘렀습니다.
그날의 악몽은 아직까지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이었습니다.
어쨋든 지금은 충격에서 벗어나서 열심히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항암은 총 4차례에 걸쳐서 진행되는데..
1차는 관해(Remission : 용어의 뜻은 잘 모르겠음)라는 것으로 혈액과 골수에 퍼져있는 암세포를 죽이고..
2,3,4차는 공고(Consolidation)라는 것으로 재발방지를 위해 골수에 극미량 남아있는 암세포까지 모두 죽이는 치료입니다.

현재 2차항암을 마치고 회복중에 있습니다.
항암치료는 4일정도 항암제를 주사하고 동시에 15일정도 먹는약으로 하는데..
항암치료 2주정도가 지나면 약발을 받아서 혈액이 생성이 안됩니다.
백혈구도 0, 혈소판도 0, 적혈구도 비정상 이렇게 되다보니 면역력도 0, 지혈도 안되고.. 빈혈도 생기고 그렇습니다.
그러면 병원에 가서 다시 혈액촉진제를 맞거나.. 혈소판 수혈하고.. 적혈구 수혈하고.. (백혈구는 수혈이 안됨)

지난주에는 2차항암 치료후 면역력이 0인 상태에서 몸속의 세균들이 들고 일어나 고열에 시달리다 결국은 일주일간 입원을 했습니다.
그래도 의사들은 별로 걱정을 안합니다.
당연히 올것이 왔다는 식으로..
면역력이 없어도 집에서 버티다가 잘버티고 넘어가면 다행이고.. 못버티고 열이나서 응급실에 오면 치료하면 된다는 식입니다.
물론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정상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3차, 4차항암때에도 응급실로 달려갈 준비를 해야 겠지요.
내 상태는 이정도로 하고..
바쁜업무에 이모양으로 집에만 쳐박혀있는 신세가 되다보니 팀원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있습니다.
어차피 1년간은 회사를 떠나기로 했으니..

바라는 바가 있다면..

모두들 건강에 조심하기 바랍니다.
나도 그냥 웃고 넘기던 애기였지만..
술, 담배 줄이시고 (RP 골초들.. 애주가들..)..
평상시에 암세포가 자라지 못하도록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몸에 투자해야 합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게 날라갑니다.
업무스트레스 받지 말고.. 가능하면 일을 즐기고..
서로서로 도와가며 RP를 만들어 주길 바랍니다.

집안에서 보는 가을하늘과 울긋불긋한 단풍이 예전의 것들이 아닙니다.
하나하나가 더 아름다워 보여서.. 아내와 함께 가까운 곳은 나들이도 하며 지냅니다.

환절기 잘들 보내시고..
나중에 항암치료 끝나고 (내년 2-3월?) 완전히 회복이 되면 웃는 얼굴로 만날수 있기를 바랍니다.

* 늦게나마 ooo차장 EGL 발령 축하하고.. ooo씨 입사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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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지난주에 1주일간 응급실에 입원을 하고..
다시 1주일에 한번씩 가는 외래 진료일이다.
매주 병원에 가는 것도 은근히 스트레스다.
담당교수님이 오늘은 또 무슨 이야기를 하실까..

스트레스 때문인가?
아침부터 설사도 나고.. 미열이 있고.. 빈혈도 생기는 것 같다.
아내가 운전을 하고 병원으로 향한다.
1시에 도착하여 채혈을 하고.. 점심으로 미역국을 사먹었으나 별 맛을 모르겠다.
먹는둥 마는둥..

오후 2시반 예약이었으나 3시가 되어서야 진료를 받게 되었다.
담당교수 왈..
"백혈구가 17,000이나 되고.. 혈소판도 13만이나 되네요."
"간수치도 괜찮고.."
환자 왈..
"설사끼가 있고.. 미열도 있는데요."
담당교수 왈..
"열은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백혈구가 많아서 알아서 싸워 줄 겁니다."
"그리고 다음 외래는 2주후로 예약하겠습니다."

2주후 예약이라는 말에 기분이 좋다.
스트레스가 모두 사라진다.
다행이다. 딸 수능이 있는날 아빠노릇을 할 수 있게 돼서..
2주간의 처방..

아침식후
- 무코스타정 100mg 1정 (항역류제, 항궤양제)
- 알비스정 1정 (항역류제, 항궤양제)
- 루리드정 150mg 1정 (감염예방약)
- 오리디핀정 5mg 1정 (혈압약)
- 포리부틴 100mg 1정 (항팽만제, 항염증제)

점심식후
- 무코스타정 100mg 1정 (항역류제, 항궤양제)
- 포리부틴 100mg 1정 (항팽만제, 항염증제)

저녁식후
- 무코스타정 100mg 1정 (항역류제, 항궤양제)
- 알비스정 1정 (항역류제, 항궤양제)
- 루리드정 150mg 1정 (감염예방약)
- 포리부틴 100mg 1정 (항팽만제, 항염증제)

11월 4일..

아내와 함께 가까운 곳의 비봉산을 찾는다.

고려시대에 몽고군을 맞아 용감하게 싸웠다는 죽주산성이 있어..

산성도 보고 산행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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