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
일반병실에서 무균실로 이동했다.
세상과 격리된 느낌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무균실에는 보호자도 함께 있을 수 없다.
함께 병실을 지키며 힘이 되어주던 아내도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고..
병실에는 보호자도 없이 덩그라니 혼자 남아있다.
불안하다.
내 몸속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균실로 옮기기전에 회사동료들이 몇명 왔었다.
모두들 힘내라고 하는데..
정말 내가 힘을 내야 할 정도의 힘든 병인지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
회사일은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나도 이미 앞으로 1년간은 회사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놓으려고 하면 이렇게 쉽게 놓아지는 것이..
그동안 무엇을 위해서 꽉 쥐고 살았는지 후회가 된다.
모든 이들이 비슷하겠지만..
직장생활 20년간.. 아니..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나 자신에게 단 한번이라도 맘 편한 휴가를 준 적이 있었던가?
47년을 살아오면서 단 1년의 휴식도 없이 살아왔다.
그리고 남은 것은 스트레스에 지친 지금의 내 모습이다.
오히려 마음과 육체가 지치고 병들었을 때서야 휴식할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이 우습다.
집에 도착한 아내로부터 문자가 왔다.
"잘것 같아 문자로 합니다.
잘 주무시고 내일 봐요.
여보 홧팅..
사랑해."
8월 8일..
서울S병원에 입원한 지 어느새 일주일이 되어 간다.
지금까지도 골수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무슨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인지.. 검사자체가 늦는 것인지..
의사에게는 미리 확인을 받았다.
무슨 일이 있으면 보호자에게 만 알릴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꼭 알려달라고..
내 인생이 다른 이들의 의사에 따라 결정될까 두려운 마음이다.
8월 9일..
아침이 또 밝았다.
무균실이 있는 20층의 복도에서 내다 본 창밖의 세상은 변함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수많은 아파트와 끊임없이 도로를 오고가는 자동차들..
나만 이렇게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있다.
골수검사 결과가 나왔다.
진단명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급성골수성백혈병 M3 유형이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항암치료가 시작된다.
항암치료를 하다보면 수혈을 하거나, 항암제 주사를 하거나,
혈액을 채취하기 위하여 혈관에 주사놓을 일이 너무 많으므로..
심장에서 가까운 정맥관에 포트를 심는 중심정맥관 삽입수술이 있을 예정이다.
앞으로 또 어떤 시술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고 기다리자니 너무 답답하다.
금일 아침 식사후에 먹은 약품의 목록이다.
- 푸루나졸캡슐 50mg 2개
- 베사노이드연질 10mg 4개
- 싸이신정 500mg
- 가스모틴정 5mg 1개
- 무코스타정 100mg 1개
- 트리아핀정
그리고.. 저녁 식사전에 먹은 약품의 목록이다.
- 라미나지액 15ml
- 겔마액 10g
- 아루사루민액 15ml
오후에 정맥관에 중심정맥관 삽입수술을 받았다.
마취를 하므로 통증은 별로 없었지만.. 몸속에 동전만한 불룩한 것이 들어가 있다.
반영구적으로 5년은 사용할 수 있다는데.. 가능한 이놈을 빨리 제거해야 항암치료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항암치료가 시작될 예정이다.
격일로 4회에 걸쳐 1주일간 항암제를 투여하고.. 이후 회복기간을 갖는다는 것이다.
백혈구 수치의 감소정도에 따라 항암치료가 지연될 수 있으나..
항암치료가 잘 되고.. 이후 회복이 잘되면 한달 이내에도 퇴원해서 외래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잔뜩 겁을 주어서 나와 아내를 공포에 떨게 했던 주치의(Lee K.S.)가 오늘은 조금 믿음직스럽다.
8월 10일..
병이 병이니 만큼 병실분위기가 밝지는 않다.
모두가 환자복에 나만 제외하고는 머리도 빡빡 밀고..
더군다나 완쾌하리라는 보장도 많지 않으니 더 우울하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항암치료가 시작되었다.
항암치료라 잔뜩 긴장했는데..
점심식사후 항암제 투여는 30분만에 끝이난다.
조금은 허탈하기도 하고..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걱정도 있다.
항암제주사액봉투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있다.
- 자베도스주 5mg 20.16ml
- 중외5%포도당주사액 100ml
우선 투여시간이 짧아서 긴장감이 많이 사라진다.
주치의도 기분좋게 웃는 것 같고.. 아직까지 특별한 부작용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저녁식사후..
- 베사노이드연질 10mg 4개
- 싸이신정 500mg
- 가스모틴정 5mg 1개
- 무코스타정 100mg 1개
- 자이로릭 100mg 1개
는 계속 지급된다.
모든 것이 희망적이었으면 좋겠다.
8월 11일..
잠자고 깨어나는 시간이 불규칙하니 하루의 시작도 불분명하다.
새벽 5시..
간호사들이 왔다갔다하며 주사액을 점검하고.. 혈압과 체온과 몸무게를 측정하고..
간호사들은 내 몸무게가 줄지않는다고 안달이다.
몸무게가 줄지않으면 허파에 물이 찬다나 어쩐다나?
어제 저녁에도 몸무게를 줄여야 한다며 이뇨제를 주사하는 바람에 새벽내내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다.
어느새 잠은 다 달아난다.
몸무게는 다행이 1kg가 줄어들어 61.5kg 다.
일년내내 1kg 안팎으로 변화가 없는 내 몸무게가 병원에서는 신기하게도 하룻밤사이에 1kg이 왔다갔다 한다.
잠시 휴게실로 나가 창밖을 본다.
아래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건물과 가지런히 세워진 버스들이 보인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버스터미널조차 조용한 느낌이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면 나도 집에서 깊은 잠에 빠져있을 시간인데..
물론 최근에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새벽잠을 깊게 자지 못하고 설치기도 했었다.
아침 식전에..
- 란스톤 30mg 1개
아침 식후에..
- 자이로릭 100mg 1개
- 베사노이드연질 10mg 4개
- 푸루나졸캡슐 50mg 2개
- 싸이신정 500mg (음식상호작용확인)
- 가스모틴정 5 mg 1개
- 무코스타정 100mg 1개
- 트리아핀정 1개
점심 식전에..
- 라미나지액 15ml
- 겔마액 10g
- 아루사루민액 15ml
그리고..
30년만에 머리를 밀었다.
백혈병 진단을 받았을 때 보다는 훨씬 덜 충격적이다.
자원봉사자들에게 깎는데..
두상이 이쁘다고 농담을 던진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 기분이 우울해질 것도 없고.. 오히려 시원하다.
어떤이들은 시위하면서 대단한 일을 하듯이 삭발식을 하지만.. 내가 밀어보니 이건 죽을 병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때마침 아내가 병문안을 와서 사진으로 남긴다.
입원전 |
입원후 |
점심 식후에..
- 자이로릭 100mg 1개
- 가스모틴정 5 mg 1개
- 무코스타정 100mg 1개
향후 항암일정과 사용되는 항암제 및 부작용과 이에 대비한 처방 등에 대하여 전문약사로부터 설명을 듣는다.
비교적 상세히 설명해 주신다.
최소한 1개월 정도는 병원에 있어야 할 것 같다.
회사에의 병가 신청 및 보험사에 보험금 신청을 위한 진단서를 요청했다.
골수검사 결과지를 제외하고는 내일 오전중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저녁 식전에..
위장보호제 세트..
- 라미나지액 15ml
- 아루사루민액 15ml
저녁 식후에..
항암제 세트..
- 자이로릭 100mg 1개
- 베사노이드연질 10mg 4개
- 가스모틴정 5 mg 1개
- 무코스타정 100mg 1개
그리고.. 한밤중에..
위장보호제 세트..
- 라미나지액 15ml
- 아루사루민액 15ml
하루를 약으로 시작해서 약으로 끝낸다.
전문약사로부터 들은 항암제 투여계획은 다음과 같다.
* 항암제 투여 계획
- 자베도스주 (8/10, 8/12, 8/14, 8/16) : 포도당수액에 희석하여 15분간 투여
- 베사노이드 10mg : 하루 2회 4정씩 관해될 때까지 복용
* 병용약제
- 나제아 주 : 항암투여 30분전 주사 : 오심, 구토 억제제
- 나제아 정 : 항암투여 30분전 복용 : 오심, 구토 억제제
- 자이로릭 정 : 1일 3회 1정씩 복용 : 항암제 투여 후 배설 촉진
* 복용약제
- 가스모틴정 5mg : 위장관운동 촉진 : 1정 3회 : 식후 30분
- 란스톤캅셀 30mg :위산분비 차단 : 1캡슐 1회 : 식전 30분
- 무스코타정 100mg : 위점막보호 작용 : 1정 3회 : 식후 30분
- 베사노이드연질 10mg : 치료제 : 4캡슐 2회 : 아침, 저녁 식후 30분
- 푸루나졸캡슐 50mg : 항진균 작용 : 2캡슐 1회 : 아침 식후 30분
- 자이로릭 100mg : 배설촉진 : 1정 3회 : 식후 30분
8월 12일..
두번째 항암제 투여가 시작된다.
지난 8월 10일 투여된 것과 동일한 약이다.
- 자베도스주 5mg 20.16ml
- 중외5%포도당주사액 100ml
우선 투여시간이 30분으로 짧은 것이 마음에 든다.
항암효과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나타났으면 좋겠는데..
빡빡 깎은 머리 사진과 함께 친구들에게 입원사실을 알렸더니.. 가끔 힘내라는 문자들이 들어온다.
처음 충격이야 내가 크겠지만.. 지금의 충격은 친구들이 더 받는 느낌이다.
처음으로 진단서를 발급받는다.
병명은 급성골수성백혈병 (AML, Acute Myeloid Leukemia) 중에서 급성전골수성백혈병 (APL, Acute Promyelocyte Leukemia 또는M3) 이다.
급성골수성백혈병 중에서는 그나마도 치료가 쉬운 병이라고 하는데.. 이는 두고봐야 알 일이다.
오후에는 전문간호사가 와서 앞으로의 전체적인 M3 항암치료 일정을 알려준다.
* 관해유도요법
완전관해상태(발병이전상태와 동일한 상태)를 유도하기 위하여 진단후 바로 투여하는 1차 항암화학요법
베사노이드(ATRA)복용 및 자베도스 4회의 격일 투여로 현재 진행중에 있다.
완전관해조건이란?
<아래 암상적조건이 4주이상 유지되어야 함,>
골수 -> 백혈병 아세포(blast) 5% 미만
말초 -> 백혈병 아세포가 보이지 않음
정상수치 회복 (백혈수, 적혈구, 혈소판)
간, 비장, 임파선 비대 등의 증상 소실
* 관해후요법 (공고요법)
완전관해상태에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추가적인 항암화학요법
<아래 방법으로 3번에 걸친 항암치료>
1번 : 자베도스 (주황색) 4일 연속 투여
2번 : 미트론 (파랑색) 4일 연속 투여
3번 : 자베도스 2일 연속 투여
각 단계별 6주-8주 간격으로 골수검사 시행
* 유지요법
지속적인 관해상태 유지
관해후요법 2개월 후 시행
1번 : 골수검사
2번 : ATRA 복용 15일
1,2번을 3개월 간격으로 2년간 시행
유지요법후에
추가로 먹는 항암제 (푸리네톤) 2년간 매일 복용
따라서, 위의 일정대로 라면
관해유도요법에 1개월, 관해후요법에 5개월, 유지요법에 24개월 등 약 30개월이 소요되며..
각 단계별 지료의 확인은 골수검사를 통해야 하니 5-6번의 골수검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암과 싸워야하는 기간은 최소한 2.5년이다.
이것도 치료가 잘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고..
그전에 암에게 내가 패하면 할 수 없는 노릇이고.. 다행이 내가 승리하면 더 살 수 있다.
8월 13일..
새벽부터 딸꾹질과 씨름을 하느라 새벽잠을 설친다.
항암제의 부작용인 모양이다.
깊이 나는 것도 아니고.. 잠들지 못할 정도의 괴로운 딸꾹질이다.
진토제 주사를 맞고 나서야 조금 진정되어 잠을 이룬다.
오늘은 항암제주사도 없고.. 조금은 한가한 날이다.
그러나 항암제 효과가 일주일 정도 후에 나타나므로 지금은 몸에 별 이상증세가 없으나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환자 주변에서는 걱정이 많은데.. 오히려 환자는 크게 걱정을 하지않는 모양새다.
환자가 너무 완쾌에 대한 희망이 커서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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