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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생활/2012

사회로 복귀 - 2012.10.07-10.13

by 삼포친구 2012.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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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


10월 10일 복귀를 대비해서 미리 팀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 확인도 할겸 오후 늦게 회사에 나갔다.

14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회사의 풍경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복귀 소식이 돌았는 지 자리가 대충 정리되어 있다.

휴직계를 제출하면서 보직이 날라갔으니 컴퓨터와 책상은 예전 자리의 앞자리에 배치되어 있고..

업무자료는 정리되지 않은 채로 쌓여 있어 출근하는 날 다시 정리가 필요하다.

컴퓨터를 켜보니 예전의 자료들이 그대로 있다.


몇달전 복날에 회사에서 나누어 준 삼계탕과 가나 사업개발 기념 스탠드를 이제서야 전달해 준다.

무심한 사람들.. 진작에 전달해 주지..

그래도 즐겁게 받는다.

 

이제 정말로 복귀하는가?

직원들이 물어온다.

완전히 치료가 다 끝난 것인지..

모든 병이 그렇듯이 완치는 5년이 지나야 판정이 난다고 이야기하고..

앞으로 2년간은 정기검진과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모두들 확신이 없이 반신반의하는 느낌이다.

저 인간이 저러다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모른다는 생각들이겠지..

나도 그런 생각이 드는데.. 남들이야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내 스스로의 생각에 무게중심을 두고.. 다른 이들의 시선과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회사에 새롭게 입사하듯이 초심으로 돌아가 잘 해낼 수 있으리라..

내 자신에게 스스로 용기를 준다.  


10월 10일..


드디어 복귀일이다.

병을 얻은 후에.. 남아 있던 연차를 모두 쓰고.. 2개월의 병가를 쓰고.. 그리고 12개월의 휴직까지..

14개월만의 복귀이다.

그 당시의 깜깜한 상황에서는 오늘같은 날이 오리라고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왔다.

나를 진흙수렁에 빠뜨리고 장난을 치던 신들이 도왔는지.. 

삶에 대한 내 의지가 강해 신들이 감동한 것인지..


아침에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마음상태로 출근을 준비하는데..

마치 애지중지 키운 자식 첫출근시키는 어미처럼 아내가 새로 산 양복과 셔츠와 구두 그리고 양말까지 일체를 챙겨준다.

부서에 들어가는데..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띈다.

인사를 하고.. 악수를 하고..

책상위에서는 "부장님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리본과 함께 꽃바구니가 14개월만의 출근을 반긴다.


부서를 돌며 일일이 부서원들과 인사를 하고.. 악수를 하고..

모두가 "지금은 괜찮냐?" "얼굴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 보인다" "이제는 무리하지 마라" 등의 안부를 건넨다.

부서장님도 당분간은 무리하지 말고 쉬란다.

부서 인사를 마치고 5층으로 올라가서 각 사업 직위자들과 또 인사와 악수..


인사가 대충 끝나고.. 자리에 앉아 컴퓨터 전원을 켜본다.

화면이 켜지고.. 배경화면에는 작년 6월 11일 다녀 온 설악산 달마봉의 사진이 그대로 남아있다.

미처 인사하지 못한 직원들을 위해서 사내게시판에 복귀를 알리는 글을 올린다.


오후에는 부서원 전체에 복귀를 알리는 피자를 돌리고..

그럭저럭 하루를 보낸다.

오후 3시경이 되니 집에서 쉴 때의 습관이 되살아나 피곤하고 졸음이 밀려온다.

참자..

퇴근시간인 5시까지는 주변사람들과 산행이야기도 하며 농담을 주고 받는다.

칼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피곤이 몰려온다.


휴.. 이렇게 피곤해서야 앞으로 본격적으로 일을 하면 어떻게 견딜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얼마전 회사를 그만두고 춘천에서 전원생활을 한다는 동료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지금 완치도 안된 상태에서 회사로 복귀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잘 적응하자.

1개월을 다니더라도 잘 적응해보자.  


(복귀를 환영하는 꽃바구니.. 컴퓨터 배경화면에는 작년 6월 11일 갔었던 설악산 달마봉 사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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