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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일..
우환이 끊이지 않는다.
얼마전에 아내가 발을 다쳤다.
그동안 살을 뺀다고 걷기운동 열심히하며 좋아했는데..
평지에서 자기일도 아닌 봉사일을 하다가 발목을 겹질렀는데.. 발목뼈가 골절되었단다.
환자가 둘이다.
그동안 남편 잘 돌봐왔는데..
그나마 심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반깁스를 하고 절룩거리며 왔다갔다 하는 모습에 웃음이 난다.
2012년도 이제 두달여를 남겨놓고 있다.
이제 우환이 없어야 할텐데.. 치료가 잘되어 희망을 주는 해가 될 수 있을까..
막바지 수능준비를 하고 있는 딸이 걱정된다.
두번째 수능이니 이번에는 좋은 결과 있어야 할텐데..
앞날의 희망이 예전의 희망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희망이 줄어들다 보니 인생에 대한 자신감도 함께 줄어든다.
건강을 잃으면서 줄어들고..
자식의 수능실패를 보면서 줄어들고..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과감하게 직장을 정리하지 못하면서 줄어들고..
앞으로 어떻게 더 사회경제적으로 잘 살아야할까 보다는 어떻게 인생의 마무리를 잘할까하는..
조로증과 우울함이 밀려온다.
"빠삐용"으로 살아야 한다 했는데..
10월 26일..
오늘도 긴하루이다.
특별히 주어진 일이 없는 상태에서 이것도 한번보고.. 저것도 한번보고..
집중은 안되고.. 그냥 훑어 볼 뿐이다.
오후 3시가 넘어가면서 회사에서의 하루 일과가 끝나간다.
어떻게 하면 즐거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퇴근후에 막걸리 모임을 제의했다.
월말이라 바쁜 와중에도 고참팀원들 몇명이 동참을 한다.
내가 감사를 해야 할 일인지..
병을 얻기 전에 팀원들과 바쁜 일을 마치고 자주가던 막걸리집으로 향한다.
주인아주머니가 "오랫만에 오셨네요. 그동안 왜 안 오셨어요?"하며 반갑게 맞아 주신다.
"이 형 바람피다 걸려서 일년 쉬었잖아요." 한놈이 그럴싸하게 둘러댄다.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기도 뭐하고..
이윽고 막걸리와 고추장삽겹살 그리고 닭볶음이 나온다.
14개월 전의 안주와 동일하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술맛도.. 안주맛도.. 주인아주머니도.. 동료들도..
나만 변했다.
내 마음만 변했다.
마시지도 못하는 막걸리를 받아놓고 입술만 잔에 부딪히기를 몇번..
농담삼아 이야기 한다.
"막걸리 세 잔은 시원하게 마실수 있어야 진정으로 복귀한건데.."
그렇다.
아직은 복귀가 아니다.
이제 복귀연습을 하는 것이다.
정말로 복귀하는 때는 내마음이 정상으로 복귀하고.. 내몸이 정상으로 복귀하여..
걱정없이 기분좋게 막걸리 세 잔은 마실수 있는 상태로 돌아오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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