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참을 수 없는 일꾼이란 존재의 가벼움..
직장에 복귀한 지 거의 3주가 지나간다.
그동안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멍하니 하루 하루를 지루하게 보냈다.
하는 일이 없으니 불안하기까지 하다.
노예근성.. 어제부터 간단한 일이 떨어졌다.
휴.. 이제야 월급받는 보답을 하는구나.. 안정이 된다.
전생에서도 무슨 일꾼이었는지..
동료들이 "아직은 건강한 상태가 아니니 쉬라"고 이야기 하면..
저 인간들이 언제부터 내인생에 감나라 배나라를 했나?
은근 속에서 욱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단순히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내가 결정해야 하는 일을..
마치 나를 배려하는 것처럼 자기들끼리 결정해 버린다.
나를 배려하려는 것이 아니라 논의의 상대로서 나를 배제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지.. 감당할 수 없는 지는 본인에게 직접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허허실실 그렇게 살기로 했는데..
모른 체하고 넘어가기에 곤란한 것들도 생긴다.
나는 아직도 완치된 것이 아니니 언제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 인간으로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정상적으로 대해주지 않는 그들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그럴수록 "빠삐용"..
빠지지 말고.. 삐지지 말고.. 용서 또는 용감하자..
소심하게 속으로 혼자 판단하고.. 삐지고 할 일이 아니다.
내가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의 선입견을 없애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
11월 3일..
3년만에 이 세상을 먼저 떠나간 친구를 찾는다.
세월이 빨리 흘렀다.
회사에서.. 팀에서.. 내게 큰 힘이 되었던 그 친구를 보내고 벌써 3년이 지났다.
내가 병이 나기 전에 그 친구를 너무 쉽게 잊었다.
그리고 내가 병이 난 후에 나 또한 친구들에게 잊혀지는 것이 서러웠다.
너무 외롭게 보내고.. 보내고 나서도 쉽게 잊어버리고.. 인생사가 다 그런 것인가?
그렇게 먼저 빨리 떠나간 놈이 잘못이지..
그렇게 보낸 것이 미안하고.. 쉽게 잊어버린 것이 또 미안하고..
작년에 퇴원을 하자마자 찾았으나 기억력이 희미하여 산소를 찾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그의 처와 함께 찾는다.
3년전의 기억을 되살리며..
친구를 찾았다.
일부러 준비한 큰 잔에 오랫만에 싫컷 마시라며 술을 가득 부어놓고..
조용히 있는 놈에게 무슨 말이 필요할까.
다른 친구들과 함께 오지 못함에 미안하다 말하고.. 마음속의 대화를 나누었다.
나를 지켜달라고 빌기도 했다.
그를 저승으로 보낼때도 그랬지만 오늘도 눈물은 나지 않는다.
그의 처는 남편생각에 눈시울을 붉혔다.
한잔을 친구에게 권하고.. 다시 한잔을 따른다.
반잔은 다시 권하고.. 남은 반잔은 내가 마신다.
그리고 또 다시 한잔을 가득히 부어 놓는다.
이 친구 오늘은 완전 술에 취할 것 같다.
먼저 갔으니 친구의 절까지 받는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했거늘 무엇이 급해서 그리 빨리도 가야했는지..
그리고 그와 같은 병이 내게도 생기고..
그렇게 건강하던 친구가 병앞에서 무기력하게 갔으니..
그리고 그가 떠난지 2년후에 내게로 찾아온 그 병은 나를 절망으로 빠뜨렸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가..
인원도 몇명 안되는 팀에서 두명씩이나 무서운 병에 걸리다니..
그러나 나는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있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하루하루를 천금처럼 아끼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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