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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생활/2012

또 다시 등선대에 - 2012.11.18-11.24

by 삼포친구 2012.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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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


부서장이 새로 바뀌고.. 

이번에는 팀장과 소팀장급들을 일정한 자격이 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모한단다.

그리고.. 해당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냈다는데..

내게는 당연히 와 있어야 할 메일이 없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아무리 환자라지만 전임 팀장인데..

임무수행이 가능한 지 불가능한 지는 본인에게 물어보고 결정해야 될 것 아닌가?


다른 동료가 대신 메일을 전달해 주고..

메일 아래쪽에 추신이 있다.

휴직자, 파견자, 타부서에서 전임된 자, 휴식이 필요한 자 등은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내용이다.

나는? 휴식이 필요한 자?

이것을 나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해야 하나? 소외시킨 것으로 생각해야 하나?

시원 섭섭하다.

그래도 한번쯤은 물어봐주지..


차라리 잘 된 일이다.

어차피 앞으로도 1년이상은 정기검진을 받고.. 베사노이드도 복용하며 환자로 지내야 한다.

설사 위에서 부탁을 한다 해도 내가 결사적으로 거부해야 할 상황이다.

회사에서의 모든 것은 1년 뒤로 미루자..

속편하게 마음을 비우고.. 내 몸에게 충실하자.   


11월 24일..


고향에 온 김에 설악의 흘림골을 찾는다.

사실은 백암산에 오를 계획이었으나.. 백암산이 가까이 올수록 주변에 산불감시 빨간 깃발을 단 차량들이 보이고.. 

산불조심 기간 임을 미쳐 생각하지 못했다.

백암산 입구에 애마를 세우고 잠시 고민을 하다가.. 

시간상으로 부담없는 흘림골-주전골 산행을 계획하고 설악으로 향한다.

백암산에서 70km.. 점봉산과 가리봉 사이의 국도(필례약수길)를 부지런히 달려 한계령에 이른다.

설악산의 윗쪽은 설화인지 상고대인지.. 구분이 안되지만 하얗게 보인다.

흘림골 입구에 도착.. 응달이라 그런지.. 고도가 높은 탓인지.. 날씨가 쌀쌀하다.

흘림골 입구 좁은 공간에 애마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한다.

등선대까지 오름길에는 눈이 쌓여있고.. 길이 얼어 있어서 미끄럽다.

날씨는 맑아서 구름 한 점 없다. 

지난 3월에는 등선대까지 올랐다가 다시 뒤돌아서 내려왔는데.. 

이번에는 주전골로 하산하여 오색약수에서 산행을 마칠 계획이다.

오름길에 눈에 들어오는 칠형제봉과 여심폭포는 지난번과 다름이 없고.. 


등선대에 오른다.

날씨가 좋아서 동서남북 사방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서북에서 동북으로 설악의 서북능선과 남으로 점봉산도 눈에 들어온다.

설악의 꼭대기는 벌써 겨울이 시작되었다.

등선대에 오르니 지난 일들이 다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작년에 병을 얻어 40일간 병원에 입원후 퇴원하여 투병생활을 하며 집근처의 산들을 올랐고.. 

6개월간을 그렇게 체력을 다진 후에 집에서 떨어진 원정산행으로 처음 오른 곳이 이곳 등선대다.

그때는 정말 모든 것이 그리웠다. 땅도 그립고, 산도 그립고, 눈도 그립고..

감염과 감기위험 때문에 마음놓고 바깥출입도 못하고.. 멀리 여행도 못하고.. 

집근처만 왔다갔다하니 눈도 못보고.. 무척 답답했었다.

그러다 마지막 눈이 될지도 모르는 눈소식을 듣고.. 3월초에 이곳을 찾았다. 

힘들었지만 등선대에 올랐고.. 건강에 대한 자신감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속초로 향했는데.. 설악동에서 환상적인 눈을 만났다.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8개월이 지난 지금.. 이미 직장복귀한 지 50일이 지났고.. 이제 내가 먼저 얘기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건강해졌다.


다시 설악을 본다. 모든 것이 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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