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장난

잊고 살자 - 2013.03.03-03.09 본문

투병생활/2013

잊고 살자 - 2013.03.03-03.09

삼포친구 2013. 3. 1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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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


어디까지 용서해야 하는가..

내가 병을 얻은 것이 그냥 운이 없었기 때문이었나??

그냥 신들의 장난에 잘못 걸려든 것이었나??

의문이었다.

내가 병을 얻는데 기여한 인간들은 없었던가??


병을 얻기전에 20명의 작은 팀을 이끌었지만..

조용하지 않았다.


일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리고 무기력하게 전문가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선배 팀원..

보직을 따라서 이 프로젝트 저 프로젝트 자기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속을 썩였던 선배 팀원..

다른 팀으로 옮길거라며 옮기기전에 한달여 동안 아무일도 하지않고 버티던 팀원..

사업이 여러개 생기면서 팀이 몇개로 분리된 와중에 신입사원만 들어오면 자기 팀에서 받아야 한다고 욕심부리던 팀원..

또 다른 팀으로 파견나가서 혼자 일하기 힘들다며 없는 사람 붙여달라고 졸라대던 팀원..

몇년째 현장 보내달라며 인사평정할 때마다 건의사항을 적어 올리던 팀원..


모두가 골치덩어리들이었다.

거기다 일은 일대로 떨어지고..

업무처리야 어떻게 하겠지만.. 인간관계는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건데.. 하루 하루가 지옥이었다.

팀이 깨지지않는 것이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지않겠다고 주말마다 산을 찾았다.

그렇지만 마음속의 스트레스가 어찌 산에 간다고 모두 해소가 되었겠는가..

이제 건강을 이유로 팀장이라는 보직을 내려놓고 보니..

시원 섭섭하다.

그동안 사소한 것에 얽메여 마음에 상처를 입어야 했던 내 자신이 어리석어 보인다.


오후 3시.. 

체조시간이 끝나고.. 옥상에 오른다.

심호흡을 크게 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을 한다.

지난 날 내게 고통을 주었던 이들을 생각하며 화가 치밀기도 하지만.. 

그 또한 내게 고통으로 다가온다.

성인군자가 아니라 용서가 되지않는다면 그냥 잊고 살자..

나는 병과 싸우고 있는 환자이고.. 그들 때문에 내가 고통받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