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6일..
4차항암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특별한 증상없이 기력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다.
지금쯤이면 혈액수치가 위험수준 이하로 떨어져 있을 것이다.
골수검사는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2주가 지난 아직까지도 오른쪽 골반부위에는 뻐근한 통증이 있다.
손바닥은 20여일 전에 전체 다 벗겨졌는데.. 발바닥은 이제서 벗어진다.
손톱, 발톱은 항암기간중 정상/비정상적인 성장을 반복하면서..
지난 3차항암까지의 흔적이 나이테처럼 고스란히 남아 있다.
1월 17일..
평소와 다름없이 외래진료를 받으러 가는 날이다.
아침일찍 출발해서 혈액검사를 마친다.
매주 혈액검사를 위해 찔러대는 주사도 스트레스다.
오른팔은 혈관이 약해서 왼팔만 계속 찔러댄다.
왼손, 왼팔은 항상 피해자다.
옛날 어렸을 때도 오른손에 낫을 들고 꼴을 베다가 오른손이 잘못하면 다치는 것은 항상 왼손이었는데..
지금은 오른팔의 혈관이 약해서 왼팔이 또 피해를 본다.
불공평한 세상..
담당교수님 진료가 늦어진다.
진료예약시간을 거의 1시간 30분이상 넘기고.. 외래진료를 받는다.
예상대로 혈액수치가 많이 떨어져 있다.
중성구는 30개/mm3 으로 바닥수준이다.
오늘도 위생관리에 조심하라는 것과.. 고지혈증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얘기를 하신다.
혈소판 수혈을 받고.. 혈액촉진제를 맞고 돌아온다.
처방전을 보니..
아침식후
- 오로디핀정 5mg 1정 (혈압약)
- 푸루나졸정 150mg 1정 (항진균제)
- 오마코연질캡슐 (동맥경화용제)
- 알비스정 1정 (항역류제, 항궤양제)
- 루리드정 150mg 1정 (감염예방약)
저녁식후
- 오마코연질캡슐 (동맥경화용제)
- 알비스정 1정 (항역류제, 항궤양제)
- 루리드정 150mg 1정 (감염예방약)
격일로 저녁식후
- 심바로드정 20mg (항고지혈증제)
항고지혈증제가 추가되었다.
알비스정(항역류제, 항궤양제)은 위장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 아니냐고 요청을 해서 추가된 것이다.
1월 18일..
하루 하루 변화없이 반복되는 생활에 세식구가 서서히 지쳐간다.
요즘 나의 하루 일과는..
- 9시쯤 기상해서 9시 30분에 아침식사하고.. 30분후에 약먹고..
- 11시쯤에 청소하고..
- 잠시 독서나 TV 시청.. 인터넷.. 또는 간단한 운동..
- 14시에 점심식사하고..
- 또 다시독서나 TV 시청.. 또는 간단한 운동..
- 그리고.. 습관화 된 낮잠 2시간..
- 20시에 저녁식사하고.. 30분후에 약먹고..
- 24시까지 TV 시청후 잠자리에 들기..
정말 단순하다. 시간죽이기 게임하는 것도 아니고..
아파트라서 답답한 느낌이 더한 것 같다. 전원생활이라면 좀 달라졌을까?
따뜻한 봄날이 되면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땅부터 구입을 해야겠다.
그리고.. 10년후의 전원생활에 대한 준비를 해야겠다.
커다란 병과 싸우고 있는 지금 10년후를 생각한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10년후에 완전히 정착한다고 가정하고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앞으로의 생활이 따분하지 않고 보다 즐거울 것 같다.
병을 얻고 나서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심이 간절해졌다.
조용한 시골에서 자연을 벗삼아 몸과 마음을 쉬게하고 싶다.
고향근처인 강원도로 갈지.. 바닷가가 있는 남도로 갈지는 미정이지만..
1월 21일..
구정연휴가 시작되었다.
오늘부터 귀성차량으로 고속도로가 정체된다는 내용이 뉴스를 점령하지만..
4차항암으로 인한 혈액수치가 회복되지 않아서 고향가는 것을 미뤘다.
작년 추석때도 못가고.. 이번 구정도 못가고..
슬프다. 시도 때도 없이 잠깐 잠깐 눈물이 난다.
씩씩한 아내를 위해 약한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마음이 약해진다.
금년 구정은 집안에서 아내와 딸과 셋이서 오붓하게 보내게 생겼다.
생각이 많아진다.
4차항암이 끝나면 유지관리에 들어가고..
휴직기간 중에는 어떻게 보내야 하나?
직장에 복귀하면 직장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나?
2년간 유지관리를 잘하면 낳을 수 있는 병인가?
유전자변형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 일어난다면 불치의 병이 되는 것 아닌가?
앞으로의 남겨진 생은 계속해서 살얼음판 위를 걷는 느낌을 살아야 할텐데..
그 두려움은 어떻게 극복을 해야 하는가?
다행이 정년퇴직까지 살수 있다면 그 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에라 모르겠다.
잊고 살자.. 병도 잊고.. 직장도 잊고.. 남은 생도 잊고..
그냥 하루 하루의 삶을 즐기며 후회없이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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