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6일..
2011년 마지막 남은 한주..
2011년은 이렇게 지나간다.
나에게 큰 슬픔을 남긴 채..
항암제의 영향으로 손바닥의 벗겨짐은 여전한데..
한 해가 지나간다.
12월 23일 |
12월 26일 |
12월 28일..
간만에 회사에 안부소식을 전한다.
회사에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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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전합니다.
2011년도 어느새 3일밖에 남지 않았네요.
회사소식은 VPN 통해서 접하고 있습니다.
RP 팀원 모두들 건강하게 직장생활 잘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신고리 2호기 및 신월성 1호기 운영허가와 신울진 1,2호기 건설허가가 난 것을 알고 있습니다.
고생들 많았습니다.
뉴스를 보니.. 삼척, 영덕에 신규원전을 추진하는 것 같던데..
내년에도 일복은 터져나는 것 같습니다.
상무님 대통령상 받은 것도 알고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연말에 부서와 팀에서 주신 선물은 잘 받았습니다.
오뚜기는 거실에 놓고 매일 매일 쳐다보고 흔들어보며 투병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목도리와 장갑은 잘 차려입고 나갈 일이 별로 없어서 아직은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감사하게 잘 쓰겠습니다.
저는 요즘 일주일에 한번정도 외래로 병원에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하는 일없이 집안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가끔 독서도 하다가.. 산행사진 정리도 하다가..
날씨가 따뜻하면 가벼운 산행이라도 하겠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먹고 자기를 반복해서 그런지.. 술담배를 안해서 그런지.. 몸무게만 3~4kg 늘었습니다.
현재 3차항암까지 무사히 마치고.. 연초인 다음주(1월3일)부터 4차항암에 들어갑니다.
4차항암에 들어가면 회복기까지 약 6주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4차항암이라야 외래로 2일간 항암주사 맞고.. 15일간 약먹으며.. 1주일에 한번씩 외래로 진료받는 것이 전부입니다.
중간에 고열만 발생하지 않으면 입원없이 4차항암을 마칠 수 있고.. 그후에는 2년정도 유지관리에 들어갑니다.
긴 싸움이지요.
그나마 최근 의약품 개발 및 의학기술의 발달로..
제가 앓고 있는 M3라는 백혈병은 골수이식없이 항암치료로만 완치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불행중 다행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치료중에 골수이식후의 환자들이 숙주반응(이식세포와 피이식세포간의 면역반응에 의한 합병증) 때문에..
항암치료 이상으로 고생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항암치료를 하게 되면 항암제의 부작용 때문에 고생을 하는데..
머리카락은 자라다가 또 빠지고.. 손톱도 자라다 서다를 반복하며 나이테가 생기고.. 손바닥은 다 벗겨지고..
몸속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보이지 않으니 알 수는 없지만.. 고통과 특별한 처방이 없는 것으로 보면 괜찮은 것 같습니다.
4차항암 마치면 그런 부작용에서 어느정도 해방될 수도 있고.. 해서 빨리 1월이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어쨋든..
RP 팀원들 모두 2011년 마무리 잘 하시고..
희망찬 2012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2012년은 용띠해라.. 용띠인 저도 2012년은 새롭게 태어나는 해로 삼고자 합니다.
2012년도 회사업무는 바쁘겠지만.. 모두에게 좋은 일만 생기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2월 29일..
6개월 만에 시골에 다녀왔다.
백혈병 진단을 받고..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던 고향이다.
추석날도 못가고.. 아버님 제삿날도 못가고..
이번에 갔다오고 다음주에 4차항암에 들어가면구정때는 고향가기가 어렵다.
어머님을 보니 이젠 어느정도 익숙해져서인가 눈물이 나지 않는다.
어머님도 그냥 반가워 할 뿐이다.
요즘에 이를 모두 빼고 틀니를 준비하시느라 예전보다 더 늙어 보이신다.
그래도 몸보다 정신이 건강하셔서 다행이다.
형수님이 끓여주는 맛있는 두부찌개.. 고향의 맛이다.
예전 같으면 하루정도 묶어서 오겠지만..
"엄마 생신때 올께요.." 약속을 남기고.. 아쉬워도 그냥 돌아올 수 밖에 없다.
12월 31일..
2011년 마지막 날..
예년 같았으면 해넘이나 해돋이를 위해 집을 떠나 어디론가 가고 있겠지만..
올해는 집에서 조용히 보내고 있다.
2011년은 악몽의 한해였다.
7월말에 발병하여 12월까지 5개월을 항암치료하며 꼼짝없이 병원과 집만을 오가며 갇혀있어야 했다.
위험한 고비는 넘긴듯 하나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집안에만 있고.. 아내는 보호자 역할보다도 감시자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
그것이 가끔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고.. 우울하게 만들기도 한다.
병으로 인해 앞으로의 내인생도 많이 바뀌겠지만..
가장 실감나는 것은 예년처럼 산행을 마음놓고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예년 같았으면 산행도 35회 정도 했겠지만 올해는 23회로 만족해야 했다.
2012년은 암을 극복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해가 될 것이다.
태어난 지 48년만에 다시 용의 해가 돌아오고..
나는 또 다른 용으로 새롭게 태어나련다.
2월 중순에 4차항암을 마치고.. 10월에 회사에 복귀해야 한다.
회사에 복귀한다고 해도 2년간 유지관리 치료를 받아야 하므로..
2014년 2월까지는 환자인 상태로 회사에 나가야 한다.
중간중간 휴가를 사용할 일도 많이 생길 것이다.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앞으로 하루하루는 덤으로 사는 인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삶에 대한 애착이 깊어서 인가.. 아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2012년 이후에는..
죽음을 잊어버리고.. 앞으로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나가련다.
내 몸을 사랑하며.. 내 몸을 아끼고.. 건강을 되찾으면 주위를 둘러보는 삶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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