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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1년 - 2012.07.29-08.04 본문

투병생활/2012

투병 1년 - 2012.07.29-08.04

삼포친구 2012. 8. 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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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


혈액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그 당시에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일년후를 맞이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냥 공황상태에서 어떻게든 다른 보다 안정된 상황으로 바뀌기만을 기도했던 것 같다.

병원에 입원을 하고..

40여일간의 무균실에서 1차 항암치료를 마치고..

약 5개월간 외래로 병원을 오가며 2,3,4차 함암치료를 마쳤다.

그리고 2월 중순부터는 2년간의 유지치료에 들어갔다.

2014년 2월까지는 유지치료가 계속된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머리가 빠지고.. 

손톱은 성장과 정지를 반복하여 항암테가 생기고..

손바닥과 발바닥은 몇번을 벗어졌다.


지금은 추억으로 이야기할 정도의 여유도 생겼지만..

그때는 한순간 한순간이 생사의 갈림길을 걸어가는 기분이었다.


다시 주어진 생명과 같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리라 다짐도 했지만..

그 당시의 절박함은 서서히 잊혀지고 있다.

아내가 고생이 많았다.

고마움의 표현은 어색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환자의 위생관리 때문에 매일 세끼를 독상으로 차려내야 한다.

우울증이 생길만도 한데.. 낙천적인 성격 탓인지 잘 견디고 있다.

내년 8월 1일.. 후년 8월 1일.. 그 다음해 8월 1일.. 

또 그 다음해 8월 1일도 오늘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다.


8월 4일..


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

작년의 8월은 서울S병원 무균실에서 보냈는데.. 한달 내내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렸던 기억이다.

올해는 작년과 완전히 다르다.

찜통 더위에 올라오던 태풍도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소멸한다.

지난 일요일에는 더위를 참다못한 장인장모님이 올라 오셨다.

시골집보다 그나마 산과 이웃해있는 아파트가 시원하다고 아내가 모시고 온 것이다.

처음으로 장인장모님을 일주일간 모셨다.

물론 아내가 대부분의 일을 하고 사위는 별다른 역할이 없었다.


장인어른은 치매가 와서 어린애처럼 변하셨다.

그러다 보니 장모님은 장인어른을 애 다루듯이 하며 사사건건 간섭을 하시고..

장인어른은 그 와중에도 자존심은 있어서 장모님과 늘 다투신다.

그나마 우리집에 계시니 그 정도가 조금 약해졌다.


내가 앞으로 30년을 살수 있다면 30년후의 모습이 저럴까? 생각하게 된다.

장모님의 성격을 빼닮은 아내.. 간섭을 싫어하는 나.. 

30년후에 나와 아내의 모습이 지금의 장인어른과 장모님 모습과 다르리라는 보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