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
정기검진일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기검진일이 다가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다.
일주일전부터 온통 신경이 정기검진에 가 있다.
골수검사도 공포와 고통의 기억으로만 남아서 괴롭힌다.
골수검사를 거부할까?
아니면 3개월 주기를 6개월로 늦춰볼까..
골수검사를 한다고 병이 예방이 되는 것도 아니고..
조금 일찍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라면 정기적인 혈액검사만으로도 충분한 것 아닌가..
혈액암을 잊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올라오다가..
혹시 무리해서 재발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무리하지말고 마음 편하게 소극적으로 살자는 생각이 강해진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혈액암환자다.
내가 아니라고 해서 아닌 것도 아니고..
잊는다고 해서 잊혀지는 것도 아니다.
피할 수 없다고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야 하는 것이다.
3월 25일..
* 암을 이기는 법.
이런 방식도 있습니다.
'오늘 하루만 잘 살자'는 방식입니다.
내일 일은 내일로 넘기고,
오늘 하루를 내 생애 최고의 날로 여기고,
가장 맛있게 먹고,
가장 즐겁게 웃고,
가장 열심히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 달만 보내면, 아무리 고약한 암세포도
내 몸에 기생하는 것을 포기하고 조용히
뒷걸음쳐 물러나게 됩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 중에서..)
가장 열심히 일을 하자 라는 말은 없다.
역시 행복하기 위해 일을 한다는 것과 일을 해서 행복하다는 것은 별개인 모양이다.
3월 28일..
정기검진일이다. 꽤나 자주 오는 병원이지만 올 때마다 긴장된다. 오전에 도착하여 변함없이 혈액채취하고.. 1시간후에 담당교수에게 정기검진을 받는다. 혈액검사결과는 모든게 정상이고 영양상태도 양호하다고 한다. 특별한 소견없이 얼굴이 통통해졌다며.. 앞으로도 관리 잘하라고 부탁을 하신다. 자주하는 골수검사 때문에 내 골반이 벌집이 될 것 같다며.. 골수검사 주기를 늦출 수 없겠는가 하고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단호하게 안된다는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준 분이라 고마운 마음이지만.. 안된다는 대답이 야속하게 들리기도 한다. 오후에는 골수검사를 시행한다. 벌써 아홉번째이다.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검사를 하면 할 수록 더 고통스럽고.. 공포스럽다. 언제나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심한 노릇이다. 골반이 벌집이 되는 듯한 느낌과.. 시간이 지나면 제대로 아물기는 하는 걸까 하는 걱정이 스친다. 무사히 검사를 마친다. 어쨋든 앞으로 3개월간은 걱정없이 지나가겠지.. 안도감에 스트레스가 쫙 풀리는 느낌이다. 이번주는 골수검사로 고생한 골반에 휴식을 줘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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