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장난

케모포트 제거 - 2013.09.08-09.14 본문

투병생활/2013

케모포트 제거 - 2013.09.08-09.14

삼포친구 2013. 9. 12. 00:32
반응형

9월 11일..


투병일기가 점점 뜸해진다.

그만큼 몸이 예전의 상태를 회복해 가고 있기 때문인가?

정기검진이 하루앞으로 다가와 있다.

멀쩡한 엉덩이 뼈에 통증이 느껴진다.  

골수검사의 통증이 아직 남아있는 것인지.. 예전의 통증을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구분할 수는 없지만 통증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푸리네톤 부작용인가? 스마트폰 부작용인가?

가끔 목에서 머리까지 통증이 있다. 

회사에서는 물에 적신 쿨타올을 목에 두르고 있으면 통증도 조금 사라지는 것 같고 더위도 식힐 수 있다.


아프다는 것은..

본인에게는 건강을 지킬 수 없으니 의지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사라지는 것이요.

부모님께는 걱정을 끼치는 것이니 불효를 저지르는 것이요.

가정에서는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가장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요.

직장에서는 맡은 바 업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없으니 주변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다.


아프다는 것은..

본인에게나 부모에게나 가족들에게나 사회에서 나의 짐을 다른이들에게 본의 아니게 떠넘기는 일이다.

내일의 정기검진..

유지치료 2년의 마지막 검진이지만 두렵다.

일주일전에는 날짜를 세고.. 하루전부터는 시간을 센다.

이제 12시간 앞으로 다가와 있다.

12시간후에 20여분간 골수검사의 고통을 참아내면 또 다시 마음 편히 3개월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치료단계가 남아있는가..

 

9월 12일..


유지관리 기간 중의 마지막 정기검진이다.

2012년 2월 15일부터 시작하여 2년간 매3개월마다 정기검진을 해왔다.

이번이 8번째이니.. 11월 15일쯤에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맞지만..

이런 저런 사유로 미루지는 못하고 조금씩 앞당겨지다 보니 2개월이나 앞당겨졌다.


11시에 S병원에 도착하여 혈액검사를 하고.. 담당교수를 만난다.

혈액에 지방이 조금 있을 뿐 몸은 전반적으로 괜찮단다.

직장은 쉬는 것이 최선이지만 어쩔 수 없다면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신신당부 한다.

너무 심한 운동은 자제하고.. 산행도 1-2시간정도 산책정도로 하란다.

이제 남아있는 일정은..

- 3개월 후에 골수검사 한번..

- 그리고 6개월 후에 다시 골수검사..

투병생활이 힘들었지만 거의 다 왔다.


직장생활이야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지만.. 

산행은.. 내 생의 가장 큰 즐거움 중에 하나인데.. 쉽게 양보할 수가 없다.

지난번 정기검진때 얘기했던 케모포트를 오늘 제거하기로 한다.

즉석에서 예약을 하는데 골수검사와 지혈에 필요한 시간이 있으니 케모포트 제거수술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지혈중)

14시에 골수검사를 하고.. 

아내가 엉덩이를 눌러가며 지혈시간을 억지로 단축한다. 

그리고.. 15시 50분에 케모포트 제거수술을 받는다.

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제 투여와 수혈을 위해 내 몸속으로 들어온 지 25개월.. 

따끔따끔한 마취주사의 통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케모포트 제거수술은 10분만에 끝이난다.

그래도 기분좋은 수술이라 눈을 감고 통증을 참아가며 차라리 즐긴다.

어떤 모양인가 궁금했지만 차마 볼 수가 없다.

마치 완치판정을 받는 기분이다.


계속 이대로 갔으면 좋겠다.

살아있는 것은 축복이며 살아가는 것은 행복임을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