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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장난
8월 28일.. Post 12일차(마지막 항암제투여 후의 날짜를 칭함)이며 촉진제를 맞은 지는 7일차가 되어가는 날이다. 오늘은 혈액수치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의사들이야 숱한 경험에서 언제쯤이 되어야 혈액에 제대로 생성되는 지 알 수 있겠지만.. 환자들이야 처음 경험하는 일이니.. 조바심도 나고 불안하기도 하고.. 묻기만 하면 1-2주 두고 보자고 하니.. 한번 물어보면 벌칙으로 퇴원가능일을 미루는 것 같아 묻기조차도 두렵다. 01시 40분경.. 어제 오후 늦게까지의 수혈때문인지.. 다시 혈압이 조금 오르고 뒷골이 욱신거린다. 간호사를 부르려다 그냥 참기로 한다. 한시간 정도를 시달린것 같은데.. 어느새 잠이 들고.. 05시 30분경.. 혈압이 정상상태(130)로 돌아왔다. 두통도 사라..
8월 21일.. 간만에 서울이 화창한 날씨다. 이곳 서울S병원 20층은 조망권도 일품이다. 강남의 고층건물들과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산들이 오랫만에 시야에 들어온다. 몸만 건강했으면 어제나 오늘도 또 다른 산을 찾아 헤메이고 있겠지.. 그날이 언제 다시 올지도 미지수다. 핸드폰으로 병원밖의 세상을 찍어 놓는다. 병원에 들어온 지 벌써 3번의 주말을 맞고 있다. 내인생에서 최악의 여름이 이제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항암치료가 시작된 지 10여일.. 서서히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처음엔 딸꾹질이 시작되더니 메스꺼움, 식욕감퇴, 설사, 약한 몸살 등 다양하게 이어진다. 오전 회진때 주치의에게 물었다. 이제 회복단계냐고 했더니.. 아직 10일정도는 더 항암치료가 필요하단다. 그리고.. 이 상태로만 쭉 갔..
8월 14일.. 항암제투여 3일째.. 심장보호제 100mg 정도 투여되고 이어 자베도스주의 항암제가 투여된다. 점심 식전에.. - 나제아정 0.1mg 추가 복용 (오심, 구토 억제제) 점심 식후에.. - 바클로펜 10mg 복용 (골격근이완제) 저녁 식후에.. - 베사노이드연질 10mg 4정 - 무코스타정 100mg 1정 - 가스모틴정 5mg 1정 - 자이로릭 100mg 1정 - 바클로펜 10mg 1정 그리고.. 마지막에.. 폐에 물이 차는 것 같다며 이뇨제 한방.. 저녁때는 골격근이완제를 맞은 탓인지.. 대장이 제 역할을 못하여 대변 보는 일에 실패한다. 대변은 안나오지만 가스는 계속 나오고.. 어쩔 수 있나 실례를 무릅쓰고라도 실내에서 악취를 풍기는 수 밖에.. 8월 15일.. 8월 15일 광복절을 무..
8월 7일.. 일반병실에서 무균실로 이동했다. 세상과 격리된 느낌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무균실에는 보호자도 함께 있을 수 없다. 함께 병실을 지키며 힘이 되어주던 아내도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고.. 병실에는 보호자도 없이 덩그라니 혼자 남아있다. 불안하다. 내 몸속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균실로 옮기기전에 회사동료들이 몇명 왔었다. 모두들 힘내라고 하는데.. 정말 내가 힘을 내야 할 정도의 힘든 병인지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 회사일은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나도 이미 앞으로 1년간은 회사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놓으려고 하면 이렇게 쉽게 놓아지는 것이.. 그동안 무엇을 위해서 꽉 쥐고 살았는지 후회가 된다. 모든 이들이 비슷하겠지만.. 직장생활 20년간.. 아니.. 학창시절부..
8월 1일.. 입원을 하고 과다출혈로 인한 수혈을 하고.. 혈액검사를 하고.. 헤모글로빈과 혈소판 수치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결국은 급성골수성백혈병이라는 소견을 받는다. 하늘이 무너진다. 재작년에 친한 친구하나를 급성백혈병으로 잃었다. 한순간에 내인생의 모든 것이 정지되는 느낌이다. 지난 일들이 순식간에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막막해 진다. 아내와 잠깐 병원밖으로 나와서 담배를 한대 피우며 충격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린다. 내가 인생을 그렇게 막 살아온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지는 지 모르겠다. 그동안 내 의지에 따라 살아온 일들을 모두 다 접어야 하는 것인가? 주치의에게 따지기도 한다. 혈액검사만으로 진단한 것이니 아직은 불확실..
7월 28일 (목).. 며칠전부터 위장쪽에서 출혈이 있었다. 대변이 까맣게 나오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흑변이 나오면 위장 앞쪽에 출혈이 있는 것이고.. 적변이 나오면 위장 뒷쪽에 출혈이 있는 거란다. 힘이 빠졌다. 산이 좋아서 열심히 다니고.. 오르막이라면 쉽게 오르던 나였지만.. 회사에서 계단 한층을 올라가기에도 힘이 부쳤다. 조금 쉬면 나아지겠지 생각하며 반차를 내고 일찍퇴근하여 동네병원을 찾아 가벼운 약처방을 받는다. 7월 29일 (금).. 아침부터 위에 통증이 계속된다. 다시 휴가를 내고.. 20년간 한번도 찍지않은 위내시경이라도 찍을 생각으로 큰 병원(분당C병원)으로 향한다. 가자마자 위내시경을 찍고.. 단순 위장출혈로 알았는데.. 의사의 표정이 심각하다. 위장출혈보다 더 큰 문제가 생겼다. ..